지난 2024년 대형 제약사 일라이릴리에서 알파벳으로 영입된 아나트 아슈케나지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 제공=일리아릴리
뉴욕 증시 실적 시즌을 맞아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기반시설) 투자 우려를 하나같이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실적 공개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670조 원 가까이 증발했을 정도다. 메모리반도체 공급난과 각종 비용 증가로 부채는 늘고 현금 흐름은 악화하자, 월가는 이들이 과연 투자액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의문 부호를 붙이고 있다. 실적 장세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AI에 대한 투자 심리가 재차 나빠진 탓에 당분간 기술주가 큰 반등을 꾀하기는 상당히 어렵게 됐다.
알파벳, 지출 확대되고 현금 흐름 악화...하루 만에 13% 급락하고 시총 670조원 증발
2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30%), 나스닥종합지수(-1.38%),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1.42%) 등 주요 지수들은 모두 내림세를 보였다. 엔비디아(-0.80%), 마이크로소프트(-0.16%), 아마존(-4.25%), TSMC(-1.75%), 스페이스X(-0.92%), 브로드컴(-1.94%), 테슬라(-0.23%), SK하이닉스(000660)(-1.58%), 마이크론(-4.98%), AMD(-2.08%) 등 대다수 시총 상위 기술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은 무려 12.64%나 폭락한 알파벳이었다. 알파벳의 시총은 이날 하루에만 5000억 달러(약 670조 원)나 증발해 올 6월 22일 스페이스X의 4000억 달러를 제치고 뉴욕 증시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을 썼다. 역대 최대 일일 시총 감소액은 지난해 1월 27일 중국의 생성형 AI인 ‘딥시크’ 열풍으로 주가가 16.97% 하락해 5930억 달러를 날린 엔비디아의 기록이다. 알파벳의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도 1% 이상 추가 하락하며 바닥권을 향해 달렸다.
알파벳은 전날 장 마감 후 3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5% 늘어난 1275억 8000만 달러(약 171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 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전망치 1282억 2000만 달러보다 6억 달러가량 적은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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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순이익(EPS)도 2.12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3.02달러를 한참 밑돌았다. 알파벳이 보유한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 지분의 평가손을 제외하고도 EPS는 2.67달러에 불과했다.
사실 알파벳의 실적 자체는 대부분 영역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구글 클라우드의 매출은 기업용 AI 인프라와 자체 개발 칩 텐서처리장치(TPU) 시스템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103% 성장한 307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부문의 영업이익도 111억 2000만 달러에 달했다.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인 구글 서비스 부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늘어난 963억 달러를 나타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전방위적인 AI 접근 방식이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작 시장 참여자들이 눈여겨본 지。은 역시나 AI 투자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였다. 알파벳의 3분기 자본지출(CAPEX)은 513억 6000만 달러로 증가했고, 잉여현금흐름(FCF)은 90억 6500만 달러(약 12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알파벳은 200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올 2분기에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구글 검색 매출은 12% 늘어난 약 630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시장 예상치 650억 달러에는 못 미쳤다. 검색 유료 클릭 증가율도 2분기 13%에서 8%로 둔화했다.
그나마 재무 상황 양호한 MS도 9년 만에 33조원 회사채 발행
알파벳에 비하면 같은 날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2027 회계연도 1분기(7~9월) 실적은 그나마 양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알파벳,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아마존,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그나마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8일 장 마감 후 공시에서 1분기에 922억 7900만 달러(약 123조 80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9% 많고,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906억 9000만 달러도 웃도는 수준이었다. 순이익은 366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277억 5000만 달러에서 3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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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S도 4.89달러로 시장 전망치 4.73달러보다 높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1분기 실적은 48% 급증한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매출이 이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를 통해서만 331억 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애저의 매출 신장률은 전분기 42%보다도 좋아졌다. 잉여현금흐름도 186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는 27% 감소했지만, 흑자는 유지했다. 자본지출(CAPEX)과 금융 리스 합계는 45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0% 증가했으나, 시장 예상치 506억 7000만 달러보다는 훨씬 적었다.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도 AI 투자 확대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소 250억 달러(약 33조 5000억 원) 규모의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회사채를 찍은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채권 발행 주관사는 웰스파고, JP모건, UBS그룹이 맡았다.
이번 채권은 2년~40년 만기로 이뤄진 10개 종목으로 발행된다. 2066년 만기가 돌아오는 최장기물의 금리는 미국 국채 대비 1.05%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는 알파벳과 메타, 오라클의 40년물 채권에 적용된 가산금리(스프레드) 1.3~1.4%포인트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용등급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가운데 최고 수준인 ‘AAA’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채권 청약에는 발행 물량의 4배가 넘는 115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이 몰렸다. 채권 부도 보험료율에 해당하는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메타가 1.16%포인트, 오라클이 2.75%포인트인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0.54%포인트에 불과하다.
아마존도 FCF 적자폭 6배 증가...인텔은 PC 사업 부진에 주가 23% 폭락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도 실적 공개 후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아마존은 29일 장 마감 후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증가한 2019억 4000만 달러(약 270조 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023억 1000만 달러에 미달하는 수치였다. EPS도 1.89달러로 월가 기대치 1.96달러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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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로는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3% 급증한 459억 8000만 달러 매출을 거두며 시장 전망치 454억 800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5% 이상 급증한 177억 7000만 달러로,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 280억 8000만 달러의 60% 이상을 책임졌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AWS는 내년과 2028년에도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마존에서 높은 성장성을 보인 사업은 AWS뿐이었다. 광고 부문 매출은 196억 4000만 달러로, 기대치인 208억 2000만 달러보다 크게 적었다. 소매 부문 매출의 전년 대비 성장률도 북미 지역 6%, 해외 5%에 그쳐 지난해 기록한 11%, 14%보다 크게 둔화했다. 아마존은 4분기 매출 전망치도 2400억~247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그 중앙값인 2435억 달러는 시장 예상치 2445억 1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아마존 역시 자본지출로 투자자들의 큰 우려를 샀다.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424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적자폭이 2분기 76억 달러에서 6배 가까이 폭증했다. 데이터센터와 AI 장비 확충을 위한 유형자산 매입액이 1년 사이 948억 달러 급증한 여파였다. 아마존은 그러면서도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기존 2200억 달러(약 295조 원)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아마존의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7% 가까이 급락했다.
29일 장 마감 뒤에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실적을 공개했다가 주식시장을 부정적인 쪽으로 뒤흔들었다. 인텔은 이날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65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EPS도 52센트로 예상치인 41센트를 웃돌았다.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것은 본업인 PC 사업의 부진이었다. 인텔의 데이터센터와 AI 사업부는 7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78% 증가한 반면, PC용 칩을 생산하는 클라이언트 사업부의 매출은 5% 감소한 81억 달러에 그쳤다. 전 세계 주요 메모리반도체 사업자들이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매달린 결과 PC용 메모리 칩 가격이 치솟은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인텔은 AI 서버용과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모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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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005930)를 따라잡겠다며 의욕적으로 재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6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에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노트북과 데스크톱 가격이 상승하면서 해당 제품에 사용되는 인텔 칩 수요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인텔은 4분기 매출 예상치도 LSEG 전망치인 171억 달러에 못 미치는 150억~160억 달러로 제시했다. PC 시장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PC 시장이 올해 12% 축소되고 내년에는 10%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충격으로 인텔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무려 23% 이상 폭락한 채 거래됐다.
나스닥은 메타 실적 실망에 넉 달 만에 최대폭 하락...AI ‘빚투’ 증가에 월가 우려 확산
이번 실적 시즌에서 수난을 겪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빅테크는 이들뿐이 아니다. 메타의 주가도 이미 지난 21일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가 이튿날 6.98%나 고꾸라졌다. 메타의 주가 하락은 전날 스페이스X의 호실적으로 겨우 활기를 되찾았던 나스닥종합지수에도 하루 만에 찬물을 끼얹었다. 나스닥지수는 22일 2.60%나 하락하며 예상 밖의 고용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 6월 5일(-4.18%) 이후 가장 많이 내렸다.
당시 메타는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증가한 646억 달러(약 85조 7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예상치 633억 7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치였다.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를 포함한 앱 제품군 부문 매출이 지난해보다 26.4% 증가한 641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광고 노출 수도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고, 광고당 평균 가격도 14% 상승했다. 스마트 안경 등을 포함한 리얼리티 랩스 부문의 영업손실액도 1년 사이 44억 3200만 달러에서 41억 29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기존 사업 실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역시 AI 투자 관련 재무 상황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달 14일 코어위브와 다른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회사채가 부실 우려에 휩싸인 뒤로는 AI 관련 부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네오클라우드는 AI와 고성능 컴퓨팅(연산 자원)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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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칩 확보 등 투자금이 늘어나면서 자본지출이 349억 1000만 달러(약 46조 3000억 원)로 늘었다고 밝혔다. 잉여현금흐름도 21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더욱이 취소할 수 없는 AI 관련 계약 규모가 총 8250억 달러로 집계돼 지난 7월에 보고했던 7000억 달러 규모를 크게 뛰어넘었다. 설상가상으로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 범위를 기존의 1300억~1450억 달러에서 1350억~14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메타는 연간 자본지출 계획을 올초 1150억~1350억 달러로 제시했다가 이후 세 번이나 높여 잡았다. 지난달 8일 AI 에이전트(업무 도우미) ‘뮤즈’를 출시하며 ‘AI 지각생’이라는 오명을 씻는가 했더니 수익성 증명에 실패하며 또다시 늪에 빠진 셈이다. 메타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지배력을 보호하면서 AI 관련 대규모 인프라 자금을 조달할 방편으로 의결권이 없는 ‘클래스C’ 보통주도 내년 1월 19일 신설하기로 했다.
AI 인프라 투자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는 기업들의 빚에 대한 월가의 우려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빅테크들이 이를 상쇄하는 수익을 과연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당분간 꼬리표처럼 따르게 됐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금융기관과 기업, 정부가 투자적격·투기 등급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금액은 총 6조 6100억 달러(약 9155조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급증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하이퍼스케일러와 AI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이 발행한 채권 규모만 3680억 달러(약 510조 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배가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아마존 회사채 물량의 경우는 국가 단위까지 합쳐 봐도 독일, 유럽연합(EU), 이탈리아 정부에 이은 전 세계 4위 규모였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찍어 낸 국채보다도 액수가 컸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고유가 지속,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 등 불리한 거시경제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투자에 대한 근심도 쉽게 사그라들기 어렵게 됐다. 월가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돌리려면 AI가 더 이상 빚을 많이 내지 않고도 저비용 고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을 어느 순간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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