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캣 저자(글) · 허유영 번역 | 학고재 | 2019년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종종 '쉬는 법'을 잊고 살아간다. 해야 할 일은 끝이 없고,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마음에 오늘의 작은 행복을 놓치기 일쑤다. 만약 잠시라도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골목길을 산책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미스캣의 그림책 『고양이의 하루』는 바로 그런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분주한 현실을 벗어나, 어제처럼 오늘도 알콩달콩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따뜻한 세상으로 초대된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미스캣은 고양이를 향한 깊은 애정과 섬세한 관찰력을 그림 속에 녹여내며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문구와 생활소품은 물론 고양이 용품에도 그의 그림이 사용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전작 『또 고양이』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고양이의 하루』에서는 특유의 유쾌한 상상력과 따뜻한 시선이 더욱 풍성하게 담겨, 읽는 이에게 웃음과 위로를 동시에 전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를 보여준다는 .이다. 일하는 고양이, 공부하는 고양이, 시장을 구경하는 고양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고양이, 털을 다듬고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까지. 저마다의 일상을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익살스럽고 사랑스럽다. 서로 경쟁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하루를 즐기는 모습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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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책의 배경이 되는 오래된 골목 풍경은 독자들에게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빨간 벽돌담과 박공지붕, 작은 목욕탕과 양장., 오래된 영화관과 시장 풍경은 마치 어린 시절 우리 동네를 떠올리게 한다. 골목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고양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잊고 지냈던 따뜻한 기억들이 하나둘 되살아난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겨운 풍경은 미스캣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과 만나 더욱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고양이의 하루』는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한 장면을 오래 바라볼수록 새로운 재미가 숨어 있다. 고양이의 꼬리 끝 움직임과 표정, 발끝의 섬세한 동작까지 살아 있는 듯 표현되어 실제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여기에 창문 너머나 나무 뒤,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두더지와 코알라, 곰돌이, 강아지 등 다양한 동물을 찾아보는 재미까지 더해져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펼칠수록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그림책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작가가 이 책을 위해 2년 동안 직접 골목길을 걸으며 고양이들을 관찰했다는 .이다. 그 시간은 단순한 취재가 아니라, 평범한 풍경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작가는 "고양이에게는 시간을 응집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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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책 속 고양이들은 바쁜 시간을 잠시 멈춰 세우고 독자에게 느긋한 쉼을 선물한다. 그들의 여유로운 하루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고, 오늘 하루도 충분히 괜찮았다는 위로를 얻게 된다.
또한 『고양이의 하루』는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하나의 짧은 이야기와 사랑스러운 그림이 독자를 기다린다. 잠들기 전 몇 장만 읽어도 좋고, 지친 하루 중 잠깐의 휴식 시간에 펼쳐 보아도 좋다.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미소가 번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이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선물이 된다. 경쟁과 속도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고양이들은 느리게 걷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햇살 좋은 지붕 위에 누운 고양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역시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고양이의 하루』는 화려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는 그림책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오래 마음에 남는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은 웃음이 피어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에는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가고 싶은 사람, 잊고 지낸 소소한 행복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건네는 고양이들의 느긋한 하루를 꼭 만나보길 권한다. 어쩌면 그들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우리가 오래도록 찾고 있던 '행복의 모양'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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