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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의 ‘사계’는 이미 훌륭한 명반이 많죠. 하지만 같은 작품이라도 연주자마다 지닌 고유한 기억과 경험, 감정의 프리즘을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40)이 최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이자 첫 협연 앨범으로 ‘사계’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한수진이 영국 명문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와 협연해 지난달 25일 발매한 새 앨범에는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가 함께 담겼다. ECO는 오는 24일 통영을 시작으로 25일 인천, 28일 대구, 30일 서울에서 내한 공연을 펼치며 한수진은 비발디의 ‘사계’를 협연한다.
“‘사계’는 저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유년기를 영국의 맨섬(Isle of Man)에서 보냈는데 늘 자연과 함께했거든요. 바다와 초원이 펼쳐진 맨섬에서 비발디의 ‘사계’를 처음 들으며 음악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자연을 통해 음악을 듣는 법을 배웠습니다.”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수록한 것 역시 그의 성장 배경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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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처럼 항구 도시인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피아졸라가 그려낸 정서에 깊이 공감했다. 한수진은 “비발디가 자연의 풍경을 그렸다면 피아졸라는 인간 내면의 ‘사계’를 그렸다고 생각한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았을 때 서로 대화하듯 깊이 있는 작업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서 한수진의 손끝을 빛낸 바이올린은 166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다. 익명의 영국 후원자로부터 지원받아 2009년부터 연주해 온 이 악기에 대해 그는 “비발디가 살았던 시대와 악기 제작 시기가 가까워 ‘사계’ 연주에 유독 잘 어우러진다”며 “잔향이 적은 스튜디오 환경에서도 굵직하고 명확한 선율의 중심선을 잃지 않았고, 섬세한 음색 변화까지 오롯이 포착해 준 든든한 동반자”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녹음은 별도의 지휘자 없이 한수진이 직접 악단을 이끌며 진행됐다. 그는 “과거 나이젤 케네디와 ECO가 함께한 ‘사계’는 레코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반이다. 이처럼 기념비적인 음반을 남긴 ECO 단원들이 내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처음엔 긴장했지만, 첫날 탐색전을 거친 뒤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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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신동’으로 불렸던 한수진에게 따라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인간 승리’다. 선천적으로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그는 여덟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15세이던 2001년 제15회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2위에 오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독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한편 안드라스 시프, 기돈 크레머 등 거장들과 실내악 무대에서도 긴밀히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어린 시절 다쳤던 턱관절 부상이 악화되며 20대 중반 두 차례의 큰 수술과 6년간의 공백기를 견뎌야 했다.
한수진은 “처음에는 쉼 없이 달려온 삶에 휴식이 생겨 재충전의 기회라 여겼지만, 회복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자 ‘다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깊은 불안감이 엄습했다”며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 덕분에 음악을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음악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축복인지 절실히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듣기 때문에 내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소리 역시 고유한 질감을 띨 수 있는 것 같다. 음악가로서 독특한 음색을 찾게 해준, 어쩌면 ‘숨겨진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수진(40)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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